영리병원 도입… “전국적으로” vs“단계적으로”
재정부·복지부 갈등 ‘2라운드’
총리 주재회의서 ‘제주에 국한’… 복지부 주장 힘실려
전국적 도입 서두른 재정부 “청와대가 매듭 지어줘야”
전국적인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 도입 여부가 오리무중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
부 간 갈등이 점입가경인데, 한쪽 말을 들으면 물 건너간 것 같고, 다른 쪽 말을 들으면 이
미 첫 삽을 뜬 것 같기도 하다. 재정부는 의료의 산업화를 앞세워 조기에 전국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복지부는 의료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일부 지역 외의 허용에 신중해야 한다
는 주장을 펴왔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두 부처가 상반된 내용을 담은 용역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예정된 브
리핑까지 취소, 갈등이 외부로 표출돼 영리병원 갈등은 2라운드를 맞는 분위기였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영리병원은 여론이 설득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맞다. 신중하
라”고 말하면서 갈등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영리병원 도입 중단은 없다”고 말해 갈등의 불씨를 되살렸다. 재정부는 대통령의 발언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난 29일 열린 정운찬 국
무총리 주재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서 제주도에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 도입을 확정했
다는 점이다. 이는 두 부처 간 갈등이 재정부의 승리로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속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 등 일부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천천히 영리병원 도입을 검토해볼 수
는 있다고 주장해온 쪽이 재정부가 아니라 복지부였기 때문이다. 즉, 제주도에 영리병원 도
입이 결정된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복지부의 의지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재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은 특정지역에만 국한해서는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고 수도권을 포
함해 전국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이번 국무총리 주재 회의 결과만 놓고
보면 영리병원 허용은 제주도에만 국한돼 그동안 전국적인 도입을 서두르며 힘을 쏟은 재정
부로서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격이 돼버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영리병원은 의료·관광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을 위해 도입되는데, 정부는
도입에 앞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의료급여 적용, 기존 비영리법인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전환금지, 의료법인 설립 허가제 등 꼼꼼한 전제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영리병원 도입 문제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움직이지 않으
면 사실상 단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며 “결국에는 청와대가 매듭을 지어줘야 하지 않을
까 싶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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