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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의원들, 12시간 금식 농성까지 벌이며 저지했지만.. "억울하고

해피곰 2010. 1. 3. 23:33

그토록 싸웠는데..노동법 날치기 서러움에 눈물만

민주노동당 의원들, 12시간 금식 농성까지 벌이며 저지했지만.. "억울하고 서럽다"

 

 

"반성하지 못하는 저자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1일 새벽 한나라

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합작'으로 직권상정으로 노동관계법이 처리된 건 한 때 대권 후보

였던 권 의원이 노동운동 때 겪었던 아픈 과거를 꺼내놓게 했다. 노동자와 농민을 기반으로

탄생한 민주노동당 의원으로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노동관계법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도 섞였다.

 

절규하는 권영길 의원
노동관계법이 투표에 앞서 토론을 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이 '한국노총 야합하여 노동

자 죽이는 법을 만들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이 야합해 노동자를 죽이는 법을 만들고 있다"고 절

규하며 어떻게든 법안 통과는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표결 과정에서 수에 밀려버렸다. 무거

운 발걸음을 떼면서 본회의장 밖으로 걸어나오던 그가 목 놓아 울었다.

 

그는 오래 전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 때 구속되고 고문으로 죽어나갔던 동지들이 떠올랐다.

또 구속하고, 고문했던 그들이 2010년 새벽에 노동관계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 의원들이었

기에 화가 치밀었다.

 

권 의원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이 땅 위의 젊은이들이 온 몸으로 싸우다 잡혀가고 죽

어가고, 정신이상자가 될 때 저 안의 저 자들이 어떻게 했나. 어용노조 총수들이 저기 있다

"며 "그들이 큰 소리를 치는 게 너무 억울하고 가슴 속에 있는 동지들의 죽음이 너무나 억

울해 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하는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경위들에게 둘러싸인채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반면 김형오 의장은 의장석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있다.ⓒ 민중의소리

 

 

절절한 가슴을 감추지 못했던 것은 권 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노동관계법은 민주노동당 의

원 모두를 좌절시켰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31일 아침 한나라당이 국

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한 이후부터 1일 새벽까지 12시간

동안 밥까지 굶어가며 미동 없이 꼿꼿이 선 채 본회의장을 지켰던 강기갑 대표도 마찬가지

였다.

 

당 대표로서 노동관계법 날치기를 막아내고 민생 예산을 지켜내지 못한 것을 통감하며 탄식

하고 또 탄식했다. 노동관계법은 사람을 죽이고, 4대강 예산은 자연을 죽이는 것임을 잘 알

기에 소수정당으로 본회의까지 상정되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 것을 사죄하는 심정으로 하루

종일 국회의장석 앞을 서 있었다. 물 한모금 입에 대지 않았다.

 

혹여 화장실이라도 갔다가 지키고 있던 자리마저 뺏겨 노동관계법 날치기를 지켜보게만 될

까봐 하는 불안 때문이었다. 마주보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중부양 한 번 해봐라', '또

사진 찍히려 들어왔느냐'는 비아냥거림에도 노동관계법 하나는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신념으

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

 

강 대표의 표정은 평소 때와 다름없었지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 노동자들

이 탄식하고 절규하고 눈물 흘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며 "정말 12시간을 입고대

죄하는 심정으로 차라리 현행법대로 시행되기를 가슴 졸이며 원했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힘겹게 입을 뗐다. 그러면서 "다시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지금처럼 양극화

차별이 심한 세상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도 함께 밝혔다.

 

본회의장 밖으로 걸어나오는 이정희 의원은 같은 당 곽정숙 의원과 그의 측근들에게 부축을

받고 있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걸어나오는 길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끼니까지

굶었지만, 반대토론에서 있는 힘껏 목소리를 높여 기운마저 다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눈

물이 입을 가려서 한나라당을 향한 규탄 발언마저 할 수도 없었다. 30일 환노위에서 이른바

'추미애 중재안'이 통과되는 것을 완강하게 저지해보려 안간힘을 썼던 그였기에 이날의 직

권상정은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본회의장에서 울고 있는 이정희 의원 

본회의장에서 울고 있는 이정희 의원ⓒ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환노위에서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를 썼던 홍희덕 의원도 비참함에 고개를 떨궜다. '직권상

정하지 않겠다'던 김형오 국회의장의 말을 너무 믿었다는 뒤늦은 후회도 됐다. 김 의장을

향한 '청와대의 지침'은 12시간 금식하며 저지하려했던 진정성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답답

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곽정숙 의원 역시 불편한 몸에도 불구, 주저앉아서라도 노동관계법 날치기만 막을 수 있다

면 다행이라는 생각에 12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결국 노동자도,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눈곱

만치 없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 의원 5명의 '사투'에도 강행처리된 노동관계법이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오히

려 한나라당 의원들보다 고개를 숙이고 '노동자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그렇게 사죄의 말만

되뇌이고 있었다.

 
국회의장석 앞 민주노동당 의원들

국회의장석 앞 민주노동당 의원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매일노동뉴스 / 박상희 기자 psh@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