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의장, 당신이 부끄럽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약속을 지키는 게 민주주의 첫걸음이다."
지난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대강 예산안을 직권상정을 앞두고 김형오 국회의장이 한
발언이다. 결국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퇴' 발언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던 김 의장은 이날 직권상정으로 한나라
당 의원들만 대동한 채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했다.
이날 오후 8시에 개의한 본회의에서 보여준 김 의장의 태도는 '자정'이라는 시간을 앞두고
쫓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법안에 대한 이의제기도, 반대토론도, 속기록에 남겨야 할 모
든 회의 내용도 '녹음을 한 후 속기사에게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해가며 강행
군했다.
어찌됐건 그의 사퇴의 전제였던 '통과 불발'이 2010년으로 넘어가지는 않은 것이 됐으니,
그의 사퇴는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던 그의 말도 '거짓말'이었다.
노동관계법을 놓고 여야가 논쟁을 벌일 때, 김 의장은 노동관계법은 절대 직권상정하지 않
겠다고 언론을 통해 누누히 강조해왔다. 야권도 31일 밤까지 '노동관계법은 직권상정되지
않고 현행법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자정이 가까워오면서 김 의장은 느닷없이 노동관계법에 대해 '1일 0시 30분'으로 심
사기일을 지정했고, 직권상정을 선포했다.
'한 입 갖고 두 말 한다'는 지적이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도,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터져나왔
다. 이에 대한 김 의장의 해명은 가관이었다. 김 의장은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중에는 직권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둘러댔다.
야권은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1월 1일부로 이미 시행되어버
린 현행법을 무시한 채 다시 상정하고 날치기 처리하는 헌정사상 유래없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오로지 1박2일동안 직권상정으로 일관한 국회의장은 이미 국회의장이라 부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김 의장은 이렇게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
고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며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예산안도 노동법도 날치기하는 국
회의장이 대한민국 국회를 무법과 꼼수가 판치는 부끄러운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매일노동뉴스 / 박상희 기자 ps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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