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산에서 눈물흘린 사람은 '반성' 안하나 '촛불 트라우마' 자극해 보수층 결집 노린 듯 2008년, 수많은 촛불 인파를 보며 '청와대 뒷산에서 눈물을 흘렸다'던 대통령은 2010년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벌어졌던 2008년 촛불 시위에 대해 흠집 을 내고 있는 조선일보에 재빠르게 호응해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촛불시 위 2년이 지났고,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또 이 대통령은 "반성이 없으면 사회 발전도 없다"며 "한 일간지가 2주년을 맞아 집중기획 형식으로 이를 재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최근 범국민적으로 일었던 촛불 시위를 폄훼하는 조선일보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각 부처를 상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도 했다. 그는 "촛불시 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며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하기에 총리실, 농림 부, 외교부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련 됐던 부서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촛불시위가 한창 일었던 당시 이 대통령의 말과는 딴판이다. 이 대통령 은 2008년 무려 두 차례나 촛불시위가 벌어진 점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사과의 뜻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같은해 5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무엇보다도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부모님들께 서도 걱정이 많으셨을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사과는 6월 특별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서 시가지를 가뜩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 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며 "오늘 이 자리에 선것은 그분들의 말씀 대로 국민들게 제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또 사과를 드리고자 한 것"이라 고도 했다. 덧붙여 "그리고 앞으로의 국정 운영 방향을 말씀드리고 새출발을 다짐하려고 한다"며 "돌이 켜 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매우 급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소위 '불도저식'으 로 일관됐던 국정운영의 폐해와 '강부자.고소영 인사' 등으로 인한 국민적 반감이 결합되어 표출된 것이라는 점을 이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던 셈이다. "이제와 딴소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랬던 이 대통령의 변심에 야권은 일제히 "조변석개로 바뀐다면 어떻게 국민이 대통령의 말을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촛불시위는 정부가 잘못된 협상으로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을 조장한 데 대한 국민의 항의였다. 당시 대통령이 사과하고 정부가 재협정의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정부 또한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인정해놓고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는 이유가 무 엇이냐"고 따져물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2년이 지나니 마음이 바뀌어 이제는 도리어 반성을 요구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이렇게 함부로 말을 바꿨으니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야말로 역사 에 기록해야 할 일"이라고 힐난했다. 또 2008년 광우병대책회의 상황실장을 지냈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같은날 트 위터에 "그때 끝냈어야 했는데, 못 끝낸 게 우리의 한계였고 준비 부족이었다. 6월 2일, 통 절한 반성을 담은 '칼날 같은 표'를 드리면 된다"고 말했다. 당시 '미친소닷넷' 대표로 촛불시위에 참여했다가 수배 생활을 했던 백성균 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노무현 서거 1주기를 맞는 이 시점에서 천안함과 촛불을 활용하여 노풍을 잠재 우고 진보 개혁세력의 선거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청와대는 이번 일을 통해 지방선거에 개입하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편을 들며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시위 폄훼의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천안함 정국 으로 '국가안보'를 토대로 한 6.2 지방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을 기대했지만, 그 효과는 미 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전문가들은 천안함 여론은 이미 현재 조사에 반 영되어 있으며, "이제는 내려갈 길 밖에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천안함의 뒷자리를 차지하는 게 '촛불 트라우마'다. 즉 촛불시위에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보수층에 '이번 선거에 한나라당이 이기지 못 하면 제2의 촛불시위를 각오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나 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광우병 세력은 청계광장에 무릎 꿇고 대국 민 사죄의 촛불을 들라"(조해진 대변인)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심판론'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이번 선거가 정부 여당에겐 커다란 부담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 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 / 박상희 기자 psh@vo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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