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알고싶다/보도자료

OOO은 서해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해피곰 2010. 5. 24. 11:37

‘천안함 北소행’ 의심하면 국민 자격도 없다?

 

이라크戰 전야 미국보다 극단적인 정몽준 대표의 발언

 

 

우선 퀴즈가 하나 있다.

 

“OOO은 서해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 사과

와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 및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여기서 OOO은 누구일까? 바로 한나라당이다. 위 인용문은 2002년 서해 교전 당시 한나라

당이 김대중 정부에게 퍼부은 공세를 보도한 신문 기사의 일부다.

 

여야의 위치가 바뀌면 말은 대개 바뀌기 마련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1일 라디오에서 유시민 후보를 비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가령 이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일본의 진주만 기습 때 미국 의회가 뭐 그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도 사과하라, 책임져라 이러면 그게 말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최근에 2001년에 있었

던 9.11테러 때 미국의회가 미국 행정부 국방부를 조사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죠.”

 

“좀 송구스럽지만 민주당과 좌파세력들은 그런 말 할 자격 전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오

히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져야 될 사람들이죠. 그분들이 누가 누구

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요?”

 

(어뢰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그런 주장을 하는 분은 유시민 후보든지 누구든

지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의 자격이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실패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이것은 전형적인 독재의 논리다. 유신 시절 긴급조치가 긴급조치를 비난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던 것처럼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국민의 자격이 없’고, ‘김정일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 등이 제기한 논점은 사실 정부 일각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군 스스로도 물기둥 문제나 잠수정 활동 문제에서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 사실이다. 물

론 오늘의 시점에서 군이나 집권 세력은 모든 문제가 명확해졌다고 보겠지만, 상당수의 국

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정부는 해명할 책임이 있다.

 

문제는 이 논리의 다음 정거장이 내부 검열이라는 데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전쟁

전야의 예비 검속처럼 ‘적과 마찬가지로’ 구속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정몽준 대표의 극언이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면 차라리 문제는 간단하다. 6월 2일이 지나면 이성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 미국 여론의 움직임을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집권 보수 세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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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2일 이후에도 전쟁을 향한 질주를 계속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00년 9.11 사태는 미국 정보기관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대한 ‘실패’였다. 2004년 발표된

미 의회 9.11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정보통합관리의 실패로 9.11을 무산

시킬 수 있는 여러 차례의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IA를 비롯한 미국의 정보공

동체는 이를 자신들의 실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CIA는 자신들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예산을 삭감한 정치권과 무엇보다도 근원적으로 테러 성향을 갖고 있다고 믿어왔던 이

슬람권에 책임을 돌렸고, 그 결과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었다.

 

지금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적’이 문제지 왜 우리가 문제냐

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를 추궁하는 진영에 대해서는 ‘적과 다름없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2000년에서 2003년에 이르는 워싱턴의 분위기보다도 더 극단적이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많은 사람들은 이번 일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이냐, 아니냐는 특정 순간 지도자의 ‘결단’이나 ‘착각’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속적인 사회 분위기의 경직화와 동행하는, 전쟁 이외의 다른 출구를

찾지 못한 집권 세력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매일노동뉴스 / 이정무 기자 jmlee@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