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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농성 100일째, 한진중공업 사람들

해피곰 2011. 4. 19. 11:06

 

크레인 농성 100일째, 한진중공업 사람들

오늘 싸우지 않으면 죽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번 한진중공업투쟁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2009년 4월, 임단협에서 회사측의 개악안에 임단협을 정리하지 못한 가운데 지회장 선거가

있어 집행부가 바뀌고 2009년 연말에 회사측은 정리해고를 600명 하겠다고 했다. 회사측은

명단까지 작성하였으나 공식 발표는 하지 못하고 각 부서 직장까지는 명단을 알고 있었다.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정리해고 대상자 중 400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2010년 2월에 회사와 노동조합은 정리해고 명단 발표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회사측은

강행하고 싶었으나 부산지방 노동청으로부터 정리해고 조건이 안된다 해서 이루어진 합의
였다.


그러나 회사측은 2010년 12월에 다시 4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선박을

수주받지 못하여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외부적 조건을 만들어냈다. 이때부터 한진중공업은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85호기 크레인에 올라갔다.


회사는 정리해고 명단을 발표하고 해당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대상자 400명 중

230명이 희망퇴직을 했고 170명은 현재 투쟁에 함께 결합하고 있다.


2009년 임직원을 포함한 종업원 수가 2500명이던 것이 2011년 현재 1500명이다. 노동조

합에 가입하지 않는 관리 파트 종업원들은 자진이나 권고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2009년

1500명이던 조합원 수는 지금 850여 명이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쪽으로 선박을 수주받고 있으며 이는 필리핀에서 지원받는

공장 부지나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4월 16일 85호기 크레인에서 연설중인 김진숙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출처: 울산노동뉴스]




[출처: 울산노동뉴스]




▲ '해고는 살인이다' 구호 외치는 김진숙 해고노동자 [출처: 울산노동뉴스]



참세상 / 용설록(현장기자)

 

2011.04.18 12:36


울산에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을 가는 길
크레인 농성 100일
울산에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을 가는 길
가로수 벚꽃 지고 이미 산벚꽃이 산허리마다 가득했다
산은 봄이구나...

영도조선소가 보이자 벚꽃이 언제 있었던가.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박살!
크레인과 현수막만 보인다.

크레인을 두 군데 들러 집회장으로 간다.
부산 민예총에서 길놀이를 하고
밥심연대에서 밥하던 이야기를 하고
파견예술단에서 '사람이 우선이다', '해고는 살인이다' 걸개그림을 걸고
송경동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남산놀이마당에서 북을 치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사가 들리고
아이들이 보이고
가족들이 보이고

크레인 농성 100일
축하할 일이 무언가만은
그래도 우리 100일 문화제 춤도 추고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는 조합원 어깨에는 막걸리 한 잔이 얹어져 있고

"노래가 좀 쳐져, 그래도 그냥 한번 들어 보시우... 여러분을 향한 내 마음이니까."
그녀는 슬프지도 않게 투쟁적이지도 않게 '직녀에게'를 끝까지 다 부르고
100일째라고 와준 사람들 가는 길에 수고했오 잘가시오 손까지 흔들고

그렇게 투쟁문화제가 있었다
대한민국...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한진중공업에는 많은 단체나 개인들이 다녀갔고
정문에도 천막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생기거나 투쟁력은 높아지지 않는다
양쪽 크레인 흔들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어도
몇은 집으로 가고
몇은 회사에서 시작한 '교육'에 참가하고

뭐가 문제일까
돈이 문제일까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나 노동조합 집행부를 탓할까
아니다
내가 보건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지쳤고
목숨 걸고 싸울 때도 있었건만
박창수 열사때도 그랬고 김주익 열사때도 그랬고 그래도 그때는 '노동자의 힘'을 믿었는데
죽어라 싸워도 다시 반복되는 자본의 힘에 지친 것은 아닐까.

정문을 지키는 사수대 중 정리해고 대상자, 아니 해고자라는 조합원이 말한다.
어디가서 무얼 해먹고 살든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자식이 셋인데 부인은 어차피 해고된거 그냥 집으로 오라고도 하지만
차마 억울해서 발걸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안고 바닷바람을 점퍼로 가려주는 젊은 엄마가 보인다.
정리해고 대상자 중 40명은 상경투쟁을 갔다.
서울에 있는 높은 분들 만난다고 갔다.
목에 칼을 차고 본사 앞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밤에는 공원 벤치에서 비닐 덮고 잔다고 하더라는 말을 하면서는
아이가 아빠 얼굴 잊어버려서 아빠를 보면 운다는 엄마도 함께 울고 있었고
아기에게 줄 이유식 만들려고 싱싱한 것보다 시들은 걸 집을때 세상이 원망스럽다는 엄마는
그 이야기를 하며 또 울고 있었고
조합원들은 담배만 피워댔다.

속이 타들어가 크레인 위에서도 울고 하늘에서도 울고 땅에서도 우는 2011년 4월 이땅의 노동자.
옳기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생존권의 싸움
그냥 다 받기에는 '꼼수'가 훤히 보이는 장난에 놀아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누가 힘이 센가 콧대싸움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너무 억울해. 잘먹고 잘살아라 침한번 뱉고는 가지 못하는
그 길에 서있는 그들이 외롭다.

사람을 죽이면 온갖 뉴스거리가 되는데
쌍용차에서 그리 숱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그 사회적 타살에 사람들은 너무 무관심하지는 않은가.
또한 국가는 이 사회적 타살에 침묵만 하는가.

법에 의해 쌍용차 조합원들에게도 손해배상 청구하고
크레인 위에는 하루 100만원씩 벌금 물리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진보가 집권할 때까지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가.
진보는 집권하면 이들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가.
내일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지만
오늘 싸움하지 않으면 죽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