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으로 한진중공업 협상 테이블 만들다 협상 장기화 우려 속 노동계 ‘사활’ 국회 권고안 놓고 노사 양측 뚜렷한 시각차 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노동계 집결 촉매제 될 듯 한진중공업 노사 양측이 국회 권고안을 받아들이며 한진중공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 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렇게 협상국면에 들어서게 된 밑바탕에는 지난 1월부터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는 정치권도 큰 힘을 불어넣었다. 그동안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에 올 라 고공농성을 벌이며 우리나라 남쪽 끝에 있는 부산을 지방이 아닌 중심으로 끌어올렸고, 시민들 또한 자신의 의지대로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을 방문해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해 항의했다. 정치권에서도 한진중공업 조수호 회장을 압박하며 한마디로 전 방위적인 노 력을 통해 결국 조 회장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노사 양측이 권 고안을 수용한다는 대전제 하에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그 간극은 여전히 크다. 한진중공 업 사태 속으로 들어가 본다.
계자들과 함께 배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지난 8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고 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한진중공업 사태는 협상국면으로 접어드는 급물살을 탔다. 국회 권고안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90명을 1년 안에 복귀시키며 그 사이 노동자의 생 계를 위해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권고안에는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내려오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조 회장이 권고안을 받아들인 가운데 11일 조 회장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서울 모처 에서 만나 본격적인 교섭을 앞두고 상견례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권고안은 수용했지만 교섭은 ‘산 넘어 산’ 조 회장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은 11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번 사태를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서로 다른 시각 차를 드러냈다. 같은 날 밤 10시경부터 1시간가량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회의실에서 노사 측 각각 3명이 교섭팀으로 나서 교섭을 벌였으며 12일 오전에 교섭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12일 회사 측은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 지도위원이 우 선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14일 치러지는 노조 위원장 선거가 끝나면 협상을 재개하자는 의 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실무교섭에 참가한 한진중공업 이재용 사장과 원광영 상무가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시종일관 실무교섭이 아니며 권고안과 관련해 협의할 내용이 없다면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정리해고자 복귀와 관련해 김 지도위원의 신분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회사 복 귀까지도 논의를 할 계획이어서 이 문제또한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결국 두 번째 교섭부터 이견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의 해결은 장기간에 걸친 교섭이 될 것이 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민·정치권이 교섭 물꼬…금속노조 힘은 미약 한진중공업 사태 교섭에 나서고 있는 금속노조는 민조노총 산하 산별노조 중 가장 많은 노 조원을 두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민주노총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산별노조였으며, 조직력과 투쟁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 받아 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산하 대형노조들의 탈퇴와 노선변경에 따라 동력을 많이 잃었다 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대형사업장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2004년 금속노조를 탈퇴하며 큰 동력을 잃었다. 이외에도 조만간 치러질 현대·기아차 노조위원장 선거에 금속노조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후 보가 나오면서 금속노조 내부에서는 또 하나의 대형사업장 노조를 잃을 수도 있는 것 아니 냐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이런 대형 사업장 외에도 일진베어링, 국제강조, 상신브레이크, 광진상공 노조 등 중소 노조 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며 금속노조 더 나아가 민주노총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물론 새롭게 금속노조에 가입한 노조가 있어 아직까지 노조원 수가 크게 줄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예전에 비해 동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은 금속 노조와 민주노총의 자체 동력 이외에 김 지도위원의 외로운 고공농성과 함께 다섯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년 전 쌍용자동차 사태 때에도 수많은 연대 속에서도 금속노조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해 처참한 결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에도 제대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금속노조 내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동안 금속노조를 이끌어 갈 지도력이 뛰어난 위원장을 배출하지 못한 측면도 있겠지만 금 속노조 내부의 정파 간 권력싸움에서 발생한 불협화음이 결국 결집을 막아 왔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수세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없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내부문제로 인해 연대가 쉽지 않았다”며 현재 금속노조의 처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연대를 바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대의 힘도 한진중공업과 같은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피로감이 누적돼 결국에는 동력이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 다. 결국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로 대변되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된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노동계의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면서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모 으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연대의 끈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과 정치권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련된 한진중공업 사태 교섭에서 어떻게 결론이 나느 냐에 따라 향후 노동계의 판도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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