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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던진 이정희, ‘MB심판’ 불씨 살렸다

해피곰 2012. 3. 24. 15:22

자신을 던진 이정희, ‘MB심판’ 불씨 살렸다

19대 총선 되살아난 야권연대 역동성…보수언론, 야권 분열작전 ‘실패’

 

 

“많은 분들이 긴 시간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하여 혼란에 빠졌습니다.

야권단일후보들이 이길 수 있다면 기꺼이 어떤 일도 해야 합니다. 진보의 도덕성을 땅에 떨

어뜨린 책임도 당연히 저의 것입니다. 몸을 부수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자신을 던졌다. 2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19대 총선 서울

관악을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의 선택은 특정 개인이 국회의원을 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정희 대표 본인은 처음부터 깔끔하게 ‘사퇴’ 하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그는

이미 ‘개인 이정희’를 떠나 진보정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정희 개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선택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는 게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인

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언론은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논조의 무게가 실렸다. 보수언론은 물론 진보언론까지 ‘사

퇴’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었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정희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것이

란 관측도 적지 않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

봤다.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CBS노컷뉴스

 

 

이정희 대표가 ‘사퇴’하기로 했다는 ‘속보’가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전해진 것은 3월 23일

오후 1시 59분이었다. 언론에서는 이정희 사퇴 속보 기사가 쏟아졌고, 그는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을 찾아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담긴 행동이다. ‘진보 아이콘’으로 불리

던 인물,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한 인물, 그러나 선거캠

프 관계자들의 여론조사 선거 부정이라는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그의 이미지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재경선 카드를 선택했지만 상대방인 김희철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몰

렸다. 선택은 두 가지로 정리됐다. 비판과 부담을 안고 총선 출마를 강행하는 것과 자신을

던지고 불출마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정희 대표는 후자를 선택했다. 후자를 선택하는 게 꺼져가는 야권연대의 역동성을 살리

는, ‘MB심판론’의 불씨를 되살리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정희 대표 사퇴 소식

이 전해지자 트위터 등에서는 안타까움을 담은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여론조사 문제는 반성할 부분이 있고, 비판 받을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정희 대표의

정치인으로서 능력을 고려할 때 19대 국회에서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

주통합당에 대한 원망이 담긴 트위터리안들의 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선택을 계기로 야권이 단결해서 19대 총선에 임해주기를 바

란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갈등이 모두 털어지기를 바랍니

다. 전국 각지의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해 주십시오. 정권교체가 아니면 민주주의도 경제정의

도 평화도 그 어느 것도 기대할 수 없기에, 야권단일후보를 당선시켜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의 선택으로 흔들렸던 야권연대의 뿌리는 단단해졌고, 역동성도 되살아났다. 주

목할 대목은 ‘관악을 사태’를 보도해온 보수언론의 모습이다. 이정희 대표에 대한 비판은 물

론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나아가 야권연대 전체에 대해 흠집을 내려 했던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는 다시 ‘실패’했다.

 

이정희 대표가 출마를 강행했다면 보수언론은 압박과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여 결국 야권연

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려는 계산을 했겠지만, 이정희 대표가 전격 불출마 결

정을 함으로써 그런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정치 혐오가 확산되면 투표율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새누리당이 유리한 선거구도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정희 대표의 선택에 따라 꺼져가던 정권 심판론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어수선했던 야권연대 문제를 하나씩 정리해가며 19대 총선을

위해 재정비를 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 불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관악을에는 민주노동당 서

울시장 후보를 지낸 이상규 전 서울시당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통합당은 안산 단원갑 백혜련 후보의 출마 문제를 ‘불출마’로 정리했다. 백혜련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경선 불복을 선언한 적이 없다. 다만 경선과정에 문제점이 있었고 이를

바로잡고자 공정한 재경선을 요구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야권단일화라는 대의를 위하여 경

선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저의 가슴에 담고 떠난다”고 말했다.

 

백혜련 후보는 “비록 국회의원 후보직을 내려놓지만 MB정권을 심판하고 검찰개혁을 위해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려 한다. 저의 후보사퇴가 야권단일화의 밀알이 되어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와 총선승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3월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공동 기

자회견을 열고 19대 총선 야권연대에 임하는 양당의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19대 총선을

가르는 핵심 변수였던 ‘MB심판론’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의 야당 분열 작전은 다시 실패했고, 19대 총선의 진짜 승부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미디어오늘 / 류정민·박새미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