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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이렇게 돈 쓰고 나라 안 망하면 그게 기적

해피곰 2014. 11. 24. 22:30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멀쩡한 4대강을 죽이는 데 22조 원을 넘게 들이고도 모자라 그 유지관리비용으로 내년에만 7천억 원 넘게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을 추진한 공무원들은 처벌을 받기는커녕 줄줄이 승진했다. 애초부터 설득력 없던 사업을 온갖 궤변으로 뒷받침한 학자들은 거액의 용역을 받거나 높은 자리를 꿰차고 훈장을 받았다. 아무도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자원외교'라는 미명 아래 에너지 공기업들을 압박해 수십조 원 규모의 부실 투자를 진행해 손실만 잔뜩 떠안게 생겼다. 그런데 이를 추진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 위정자들 역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여러 '미명' 아래에 날린 돈... 화수분처럼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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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5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후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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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가뜩이나 세계적으로 낮은 상태인 법인세율을 2008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폭으로 더 낮췄고, 각종 비과세감면을 남발했다. 그렇게 해서 한 해에 줄어든 법인세 세수만 대략 7조 원으로 추정된다. '서민경제 지원'을 내세운 감세 정책은 서민들 세 부담 늘리기로 귀결됐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가계소득과 경상조세부담 추이를 분석해 보면, 이명박 정부 이래로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세금부담이 더 많이 늘어났다.

'부동산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일시적 효과밖에 없는 취득세 영구 인하를 감행해 광역시도 세수 2조 4000억 원이 매년 줄게 됐다. 이렇게 해서 가뜩이나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들이 줄줄이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 지출을 늘려도 시원찮을 판에 역주행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미명 아래 세월호 사건 이래로 안전예산을 14조 원 이상으로 대규모로 편성한 것처럼 포장했다. 그런데 속살을 뜯어 보니 국토교통부와 농림수산부 등의 기존 토건사업들을 '무늬만 안전예산'으로 재포장한 사업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온갖 미명으로 나랏돈을 수십조 원 단위로 흥청망청 탕진하거나 엉뚱한 데 퍼주고 나서 정작 국민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곳에 돈 좀 쓰자고 하면 돈이 없어서 못한단다. 우리 아이들 급식 예산 수천억 원은 야권의 의제라 그렇다 치고,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 공약과 기초연금도 돈 없어 못한다는 건 무슨 염치인가. 창조경제가 아니라 "돈 없으니 참죠"라고 핑계 대는 '참죠 경제'를 할 셈인가.

정말 돈이 없으면 말이라도 안 한다. 부동산이나 토건, 재벌 퍼주기로 가면 화수분처럼 생겨나던 돈이 어떻게 복지, 교육, 문화 쪽으로만 가면 갑자기 씨가 마르는가. 구차한 변명이나 핑계일 뿐이다. 수십 년 동안 나랏돈을 써온 기성방식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는 것뿐이다. 4대강사업 예산과 유지관리 비용만 있으면 우리는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영구히 무상으로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토건사업 예산 비중은 OECD 최고인데도 줄일 생각을 않고, 복지예산 비중은 꼴지 수준에 저출산 고령화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데도 늘릴 생각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복지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이 나오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입을 틀어막기 일쑤다. 이 나라에 망국적인 토건 포퓰리즘은 있어도 복지는 최소한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R&D투자 예산 비중 또한 OECD 최고 수준으로 편성하지만 효율성은 지극히 낮고 그 혜택의 대부분이 재벌 대기업에게 돌아가는 데도 바로잡을 생각을 않는다.

이런 식으로 돈을 엉뚱한 데 쓰고서 세수가 부족해지면 '보편적 서민증세'를 한다. 재벌 3·4세들이 탈·불법적인 승계로 수조 원대의 자산가가 돼도 상속세나 양도소득세는 제대로 걷지 않는다. 실효세율이 2.5%정도밖에 되지 않는 부동산 임대소득세조차 제대로 걷지 않는다.

재벌은 봐주고 서민만 압박... 나라 망하지 않는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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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 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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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유리알 지갑'을 터는 데 눈이 벌겋다. 세수가 펑크 나면 또 다시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미명 아래 담배세를 인상하고, 부가세 대상 확대 등을 통해 서민들 세금 부담을 늘린다. 이미 낮은 법인세율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더 낮추자면서도 이미 간접세 부담이 높아 '서민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데도 서민 부담을 늘려야 하나. 논리에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서는 걷지 않고, 그나마 거둔 세금은 효율성이 극히 떨어지는 곳에 탕진하고, 세수가 부족해지면 서민들을 족치는 나라. 조선시대 삼정문란 시대에 비해 뭐가 크게 다른가. 나라 살림살이를 이렇게 하니 OECD국가들 가운데 조세와 재정지출에 의한 불평등 완화 효과가 압도적인 꼴찌다.

출산율은 세계 188개국 가운데 186위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지금까지 가장 빨랐던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데 아이들 보육에도, 노인들 노후생활에도 돈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OECD 국가들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20~30대부터 노후를 걱정하느라 미래를 꿈도 꾸지 못한다.

장담컨대, 나라 살림살이를 이 따위로 하고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면, 서민들 삶이 파탄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다. 이미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거품과 부채가 잔뜩 쌓여 있는데 5~10년 후 한국 경제에 쓰나미처럼 밀어닥칠 저출산 고령화 충격에는 무방비 상태다.

이미 출간한 지 4년이 돼가는 졸저 <프리라이더>와 <세금혁명> 출간 당시, 나는 이 같은 절박감 때문에 나라 살림살이의 혁명적 개혁을 주장했다. 이후 공공부채 급증과 세수 부족, 지자체 재정난 심화, 저출산 고령화의 가속화 등 내가 경고했던 내용들은 대부분 현실이 됐지만, 이후로도 나라 살림살이는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칼자루를 진 위정자들이 꿈쩍도 안 하니 결국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 이 땅의 기득권 세력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수탈해서 나라 살림살이가 파탄나도 국민들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이 나라는 필시 망할 수밖에 없다. 망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나라 살림살이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세금혁명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꾸리면 10~20년 후에는 이 나라를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건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일 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돈을 쓰면 이 나라는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건 정파적 문제나, 이념의 문제를 넘어선다. 공정하게 과세하고, 제대로 쓰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이 나라 흥망이 달린 문제다. 망하느냐, 흥하느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