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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겨울 근력 운동

해피곰 2009. 1. 18. 22:26

노인들의 겨울 근력 운동
땅끝 해남에서 네 번째 맞는 겨울이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농촌의 고령화를 말해주기라도 하듯 60대 이상이다. 힘든 농삿일 때문인지 노인 환자들의 관절과 척추 등의 훼손 상태는 도시민들에 비해 훨씬 심각한 편이다. 보행 등 일상 생활조차 힘들 정도로 관절과 척추 등이 파손되거나 뒤틀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80세 고령으로 심한 척추 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일을 하면 안된다고 수차례 일렀지만 허사다. 일손이 부족하다며 힘든 몸을 이끌고 수천 평의 고구마 밭과 논에서 고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요법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럴 때마다 "매일 하는 일이 운동인디, 먼 운동을 또 한다요"라며 손사레를 친다.

언뜻 노동일과 운동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그 효과는 180도 다르다. 운동 효과에 대해 운동은 은행에 돈을 저금하는 효과이며 노동은 저금 해놓은 돈을 갖다 쓰는 것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각 개인에 맞는 정확한 운동은 문제가 있는 골격(뼈, 관절)에 대해 확실히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또 몸에 있는 여러 근육들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므로 일을 했을 때 발생될 수 있는 한쪽 방향으로 과도하게 작용하는 하중을 막아주며 관절 등을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

평소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노동만 하는 농민들 몸 상태를 보면 근력은 좋지만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노동일과 관계 있는 근육은 강하지만 다른 근육은 심하게 위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관절면과 척추면의 전후, 내외측으로 미치는 힘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들 구조물의 퇴행성 염증 및 탈출증 등으로의 진행이 될 수 있다.

경운기와 트랙터 등 각종 농기계를 오랫동안 고장 없이 잘 쓰기 위해서는 한번에 무리하게 쓰는 것도 삼가야 하지만 창고에 오랜 기간 놀려두지 말고 계속해서 사용해야 되는 이치와 같다.

인간의 몸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 또한 자제해야 하지만 겨울철 긴긴 하루 방안에서만 지내다가는 몸이 가벼워 지기는커녕 골다공증과 퇴행성 관절염 등이 심해져 봄에 일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어떤 환자들은 운동을 하면 더 아프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똑같은 운동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퇴행성이 너무 심해 과도한 운동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매일 수십 분 이상 기마자세와 까치발 딛기, 엎드려 다리 들기 등의 근력운동을 해주면서 서서히 걷기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마을회관까지 걸어 가는 것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추운 날씨보다 가슴이 더 싸늘한 올 겨울이지만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하루 30분씩이라도 이웃들과 함께 운동한다면 내년 봄 일하기가 조금은 가벼울 수 있을 것이다.

최진혁 해남 OK 재활의학과 의원 원장


출처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