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잘못인출 건보공단 "모르겠다" 전화 돌리기

보험료 잘못인출 건보공단 "모르겠다" 전화 돌리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산 입력 오류로 고객 통장에서 수백만원을 잘못 인출하고도 돈을 바

로 돌려주지 않아 원성을 샀다.

 

대구 수성구 법무사사무소 사무국장 서종명(47)씨는 12일 사무소 통장을 확인하다 깜짝 놀

랐다. 잔액이 0원으로 찍혀 있었기 때문. 바로 확인하니 이날 하루 동안 269만450원과 38만

900원, 5만7천790원 등 3차례에 걸쳐 모두 312만9천140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자동이

체돼 있었다.

 

지난달 건강·장기요양 보험료 자동이체 영수증을 꺼내 확인하니 납부할 보험료는 81만1천

100원뿐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이 231만8천40원의 보험료를 더 빼간 셈이었다.

 

서씨는 건강보험공단 수성지사에 전화를 했으나 공단 측의 대응은 차가웠다.

 

공단 직원들이 "잘 모르겠다" "담당자가 없다"며 이리저리 전화를 돌릴 때까지는 분을 억누

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렵게 연결된 담당 직원은 과오납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도 "보

험료 납부 시스템상 초과 납부된 보험료 환불은 이틀 후에나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기가 막

혔다.

 

서씨는 이후 5명의 직원과 통화했지만 '즉각 조치를 해주겠다'는 말은 없고 '안타깝네요'라

는 말만 반복해 들어야했다. 서씨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

면 부도 위험까지 있지 않겠느냐"며 "보험공단의 일방적 과실로 인한 책임을 시민한테 전가

하는 행위에 어처구니없다"고 분개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연말정산 자료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정산해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즉시 환불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동이체된 금액이 금융결제

원을 거쳐 공단으로 통보돼 전산상으로 이체 내용을 확인하려면 적어도 36시간 이상이 걸

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 측은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자 13일 오전

서둘러 과납된 보험료를 서씨에게 돌려주고 사과했다.

 

수성지사 관계자는 "정산 자료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 피해 고객에게 해명이 늦어진 것

같다"며 "본부에 건의해 과오납 보험료 환불 지체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

"고 밝혔다.

 

매일신문 / 조문호 기자 news119@msnet.co.kr

2009년 05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