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건보 적용’ 눈물의 승리
미토콘드리아근병증 자녀 둔 30여명 2년6개월 노력 결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만 깨진다고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계속 치면 바위가 부서질
수도 있어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치료약 때문에 병적 고통과 함께 경제적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희귀 난치병 환아의 부모들이 2년6개월여에 걸친 눈물겨운 노력 끝에 정부로
부터 '보험 적용'이라는 값진 결과를 이끌어냈다.
미토콘드리아근병증을 앓는 딸(4)을 둔 조주연(39·경기도 남양주)씨 등 환자 가족 30여명은
2006년 10월 아이들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치료제 '데카키논'과 '엘칸'의 보험 적용 촉구 탄
원서를 청와대 보건복지가족부 등에 제출하고, 2007년 6월부터 대국민 서명 운동에 돌입하
는 등 온힘을 다한 끝에 '6월1일부터 보험 적용 대상 포함' 내용을 담은 복지부 고시를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조씨는 31일 "보험 적용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이 우리 아이들 10여명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며 가슴 아파했다.
미토콘드리아근병증은 몸 속에서 에너지 발전소 역할을 하는 세포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일명
사립체) 기능 이상으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병이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와 근육이 먼저 망가지고, 나중엔 심장 폐 간 신장 등 다른 장기까지 파괴되기 때문에 심
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국내에는 5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을 앓고 있는 아이 부모들은 치료비로 매달 100만원 이상 지출한다. 그 가운데 완치
약은 아니지만 병의 악화를 막아주는 유일한 치료제 데카키논과 엘칸을 구입하는 데 월 30
만∼40만원을 쓴다. 같은 약을 복용하는 심장병 환자들에게는 보험이 적용돼 약값의 30%만
내면 되지만 이들은 100%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는 보험 적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치료 효과에 대한 객관
적 임상 데이터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시행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조씨 등 환자 가족
들은 복지부와 심평원 앞에서 수차례 시위를 열고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에도 나서 8만
2248명의 지지를 얻어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이영목 교수 등 전문의들
은 임상 자료를 제출하는 등 이들을 적극 거들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희귀병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질병과 똑같이 임상 및 연구 자료만을
찾는 것은 문제"라면서 "특히 약이 나와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
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적용을 받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이가 희귀병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
려워 적극 나서지 않는 부모들도 적지 않았고, 주위의 시선도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조씨는
"아픈 아이나 잘 돌보지 왜 시위 같은 걸 하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일 때 가장 힘들었다"
고 털어놓았다.
"아이의 병이든 의료정책이든 엄마들이 손놓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작은 물방울도 계속 떨어지면 돌이 깊게
파이고 결국 뚫립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국민일보 /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2009.05.3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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