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는 4만 개 줄고, '질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는 1만 개가 늘었다. 질은 따지지 않고 총량으로 볼 때도 3만 개의 일자리가 준 셈이다. 통계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결과다.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해 감소세를 보였던 비정규직 규모가 올해 다시 늘어난 것도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이라는 정부 발(發) 시그널의 효과로 분석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3일 통계청의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 결과를 통해 "2009년 3월 비정규직은 841만 명으로 지난해 8월에 비해 1만 명 증가했고, 정규직은 767만 명으로 4만 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시도·청년 인턴 강제 정책의 결과"
이번 분석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꾸준히 늘어왔던 정규직 규모가 처음 줄어들고, 2007년 3월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던 비정규직 규모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01년 8월 737만 명이던 비정규직 규모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 2007년 3월 879만 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줄어들어 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839만7000명이던 비정규직 규모는 올해 3월 다시 841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비율도 52.1%에서 52.3%로 늘어났다.
ⓒ노동사회연구소 |
반면 정규직 규모는 같은 기간 770만7000명에서 766만5000명으로 4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노동사회연구소 |
특히 비정규직 가운데서 기간제 근로자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2007년 3월부터 2008년 8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25만 명이나 줄어들었던 기간제 근로자는 다시 19만 명이 늘었다. 시간제 근로자도 9만 명, 특수고용 근로자도 4만 명이 늘어났다. 반면 장기 임시 근로자는 같은 기간 14만 명이 줄었고, 용역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도 각각 7만 명, 1만 명씩 감소했다.
김유선 소장은 이를 "정부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을 시도하는 등 시장에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보냄과 동시에 고용 대책의 하나로 청년 인턴 등을 강제한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비정규직법 효과 사라졌다"
이런 분석은 지난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통계에서 나타난 효과와 최근 통계 변화를 비교해 봐도 설득력을 갖는다.
비정규직법 시행 직전인 2007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정규직은 76만 명이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38만 명 줄어들었었다. 특히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기간제가 25만 명이 줄어 가장 크게 감소했다. 그 외에도 장기임시근로(-20만 명)와 호출근로(-10만 명), 가내근로(-9만 명), 특수고용(-5만 명), 파견근로(-4만 명)의 순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와 별개로 용역 근로자만 6만 명이 늘어났는데 이는 기간제법을 피해가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고용 비정규직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간접 고용으로 전환한 기업들의 선태의 결과였다. 이런 비정규직법의 효과가 지난해 8월 이후 모두 사라진 것이다.
실제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처음으로 "내년 7월이면 2년으로 제한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느냐 아니면 해고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며 비정규직법 개정을 거론한 것이 지난해 가을이었다. 기업으로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책이 급하지 않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는 정책이다.
또 다른 한축으로 정부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대대적으로 역설했다. 실제 공기업들은 최근 속속 이사회를 열고 정원 감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비정규직만 다시 양산하고 정규직은 오히려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노동계 주장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여정민 기자 ( ddonggri@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