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병원 '진료비 정액제' 속앓이
경쟁적으로 요금 원가이하…출혈 경쟁에 환자 불만도 커져
우후죽순 설립,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노인요양병원들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병원비 정액
제’가 의료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만이 요양병
원계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31일 의료계 및 환자들에 따르면 서울·경기지역 일부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월 100만원 안
팎의 일정액을 지불하면 간병에서 입원 치료까지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또 이들 상품 외에 1년, 3년, 5년 단위로 미리 병원비를 완납할 경우 일정액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등장,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정액제를 이용할 땐 단기적으로 저렴해 보이나 1년 이상 장기 환자들에게는 요
양병원만 살찌우는 편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이 지불한 금액 이하로 철저하게
치료 및 약 처방을 하기 때문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인근 A요양병원의 경우 중풍 환자의 ‘병원비 정액제’는 월 100만원이다. 이중
간병인 급여 60만원을 제외한 40만원이 월 입원 치료비다. 이 금액으로는 절대 중증 환자
의 약값과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곳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들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중풍, 치매, 당뇨 등 장기 입원 환자
들이 많기 때문에 특정 달에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질을 낮추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적지 않은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이미 3년간의 병원비를 완납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위치한 B병원에 입원중인 환자 및 보호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본
인부담금상환제에서도 정액제 병원비를 내는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연간 의료보험 혜택 총액을 저소득층 50%(200만원), 중산층 30%(300만원), 상
위층 20%(400만원)로 구분, 책정해 이 금액 이상의 병원 치료비가 발생하면 해당 금액을
되돌려 받는다.
하지만 정액제 환자들의 경우 병원이 MRA, 특진 등 비의료보험 항목으로 진료하기 일쑤여
서 이같은 상환금이 일반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주장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김덕진 회장은 "요양병원의 폭발적 증가가 결국 전문인력 채용기피와
함께 서비스 질을 낮추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출혈경쟁으로 인한 국민인식이 나빠지
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정 병상수를 설정해 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15개소, 1만4000병상이었던 요양병원이
2009년 7월 현재 737개소, 8만5000병상으로 불과 5년 만에 병원수 대비 641%, 병상수 대비
610%나 증가했다.
백성주 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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