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배제된 MB의 친서민 정책
[MB 2년] 취업후 상환제·미소금융·보금자리주택
임기 초부터 '고소영', '강부자'로 정권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촛불집
회 등을 겪은 후 '친서민 중도실용'을 내세우며 기조의 전환을 꾀했다. 대표적인 친서민 정
책으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취업후 상환제),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을 실시했고 지지율
이 서서히 오르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른바 '친서민 정책'들이 겉보기에는 서민을 위한 정책인데 정작 서민들은
큰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들을 돌아
보자.
◆ '빚쟁이' 양산하는 취업후 상환제? = 대학 재학 중에는 등록금을 내지 않고 졸업 후 일
정소득이 생긴 이후부터 원리금을 갚아가는 방식인 '취업후 상환제'의 도입은 엄청난 사건
이었다. 연간 천만원까지 폭등한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당장 돈이 없어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등록금 걱정은 말라'는 거창한 홍보문구와는 달리 막상 시행안에는 문제가 너
무 많았다. 일단 정책금리이기에는 너무나 높은 5.7%의 이자율과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複利)계산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장은 등록금 부담이 없지만 졸업 후 수십년 동안 갚
아나가야 하고, 수입이 적으면 총상환액이 원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모의실험 결과
도 나왔다. 소득이 적을수록 빚쟁이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성적에 따라 신청자격이 제한되는 것도 큰 문제로 꼽혔다. 신입생의 경우 수능 혹은
내신이 6등급 이상이어야 하고, 재학생도 직전학기 성적이 B학점 이상인 경우에만 취업후
상환제를 신청할 수 있다. 장학금도 아닌 대출제도가 성적순으로 자격을 끊는 것이다.
또 국면전환 성격이 강한 무리한 도입으로 향후 국가 재정난이 우려돼, 다음 정권에서도 이
제도를 유지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투자하는 재정은 3천여억원
에 불과하고 실제 운영은 매년 9조원의 채권 발행을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인 이종걸 의원은 "취업후 상환제 시행안은 '빚잔치'를 통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상환율이 낮으면 매년 3조 원의 적자가 나서 국가 재정난을 초래할 수
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서민대출엔 까다로운 미소금융 = 지난해 말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인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출범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
신용자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하는 제도다.
하지만 까다로운 대출요건 때문에 정작 서민들은 쉽게 대출받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내부에
서도 나오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인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5일 "대출요건
이 까다로워 실적이 부진하다"며 대출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창업자금을 50% 이상 확보해야 대출해주고,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
지하고 있어야 운영 및 시설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개선 대책
으로 소개했다. 금융위원회도 내달 중 대출기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회장은 "7~10등급에 해당하는 저신용층 약 850만명이 1천만원씩 대출하려면 85조원
이 필요한데 미소금융의 10년간 지원규모는 약 2조5천억원에 불과하다"며 "서민금융회사의
금융 공급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자 선정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기존부터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해왔던 단체들이 아
닌, 사업 경험이 없는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에 '몰아주기식' 배정을 했다는 것이다. 민주
당 홍영표 의원은 "지금까지 이 사업을 해왔던 단체들은 지원금을 줄이고, 관련 업무는 해
보지도 않은 단체들이 선정됐다"며 “친여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 사업에 선정된 민생경제정책연구소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홍 목사
가 이사장"이라며 "정부여당 지지하는 사람 몇 명 데려다가 자리 하나 만들어주는 것 아니
냐"고 지적했다.
◆ 서민을 위한 4억원짜리 보금자리주택 = 2012년 하반기 첫 입주가 예정된 보금자리주택
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친서민' 부동산 정책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가 3~4억원에 달해 서민과는 거리가 멀고, 수익형 임대사업에 치중해 투기만 조장할 것이
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신혼부부 대부분이 여유가 없어 전월세에서부터 가정을 시작하는 데도
불구하고 분양주택을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전혀 무시한 처사"라며 "저렴하게 분양
한다고 해도 3~4억원 정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신혼부부가 어디서 그런 큰 돈을 마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기공공임대주택보다 수익형 임대주택 중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지난해 토지주택공사 국정감사에서 "보금자리주택 건설의 경우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
이고, 투자비 조기회수를 겨냥한 분양주택과 5년 및 10년 임대 등 수익형 임대사업에 치중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평당 900~11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공공분양주택이나 5년 및 10년 임대 등 수
익형 임대주택 중심의 보금자리주택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동산 가수요만 잔뜩 부풀려 결국 공급된 주택은 매매용, 투자용 주택으로 전락할 것이
라는 지적도 나왔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결국 투기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 투기가수요가 만들어 질 텐데, (보금자리주택은) 투기 조장책일 뿐"이라고 비
판했다.
매일노동뉴스 / 김병철 기자 10004o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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